– 10년 뒤에 유행할지도 모르는 패션 트렌드 5가지
오늘은 성별의 해제, 젠더 뉴트럴을 넘은 '완전 중성' 패션 5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남자 옷’, ‘여자 옷’이라는 개념은 사라질까?
당신의 옷장은 어떤가요?
셔츠는 남성복 매장에서, 스커트는 여성복 코너에서 구입했나요? 그런데 과연, 옷이 성별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난 10년간 패션계는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젠더리스(Genderless), 유니섹스(Unisex)라는 이름 아래 전통적인 성 역할과 스타일 구분을 뒤흔들어 왔습니다. 남자가 스커트를 입고, 여자가 박시한 정장을 입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앞으로 10년, 즉 2035년쯤이 되면 우리는 단순히 ‘양쪽 모두에게 어울리는 옷’을 넘어서, 애초에 성별 구분 자체를 전제로 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진화한 ‘완전 중성(Fully Androgynous)’ 패션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대적 전환입니다. 정체성과 자아 표현이 더욱 다양해지고 유연해지는 흐름 속에서, 성별을 벗어난 옷은 개인의 자유와 감정을 반영하는 도구로 거듭납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완전 중성 패션의 5가지 미래형 키워드
① 실루엣의 중립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실루엣입니다. 남성복 특유의 각진 어깨선, 여성복의 허리 라인 강조 대신, 성별의 특징을 흐리는 구조적 중립성이 강화됩니다. A라인도 아니고 H라인도 아닌, 오히려 X나 Z처럼 정체불명의 구조를 지닌 형태. 이는 체형보다는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실루엣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②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사이징
현재는 같은 옷도 남성용과 여성용 사이즈가 따로 나뉘는 경우가 많지만, 완전 중성 패션에서는 ‘인체 유형별 맞춤’으로 바뀔 전망입니다. 가슴둘레, 어깨너비, 골반 형태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맞춤형 사이즈 체계가 보편화되며, M/L 대신 나만의 코드가 적용된 사이징이 도입될 것입니다.
③ 컬러 코드의 해체
핑크는 여성, 네이비는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색 구분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오히려 채도, 대비, 온도감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오늘은 외향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서 고채도 노란색 셋업을 입었다’는 식의 감정 중심 선택이 일반화될 수 있습니다.
④ 하이브리드 아이템
재킷과 드레스의 경계를 흐리는 ‘재드레스’, 팬츠와 스커트를 혼합한 ‘스커팬츠’ 같은 아이템들이 지금보다 훨씬 고도화됩니다. 특히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형 의상이 주목받습니다. 한 가지 옷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 입을 수 있는 구조는 성별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과 감정에 맞는 표현을 가능케 합니다.
⑤ 중성적 소재의 등장
거칠거나 부드러운 감촉, 무거움과 가벼움, 광택의 유무 등 ‘성적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소재 사용이 재정의됩니다. 미래에는 이러한 질감을 중립화하거나, 의도적으로 혼합한 신소재들이 패션계를 지배할 것입니다. 특히 바이오 기반의 신소재나 인공지능이 감정에 따라 반응하는 ‘감각형 소재’는 성별보다 감정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을 가능케 합니다.
나는 어떤 나로 보이고 싶은가
‘젠더리스’는 단순히 남자 옷, 여자 옷을 서로 교차해서 입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별이 나를 정의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며, 동시에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질문입니다.
완전 중성 패션이 확장되는 시대에서는 패션이 성별의 상징이 아니라 ‘존재의 메시지’로 기능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직선적이고 구조적인 옷을 통해 자기 안의 단단함을 드러내고, 어떤 이는 유려한 곡선과 부드러운 소재로 감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옷은 더 이상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에 맞춰 입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과 세계관을 반영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또한 이런 흐름은 단지 패션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광고, 모델 캐스팅, 쇼핑 플랫폼, 피팅룸 구조, 심지어는 AI 스타일링 서비스까지 ‘성별 없음’을 전제로 다시 디자인될 것입니다. 이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함께 맞물려, '보이는 것'과 '보이고 싶은 것'의 간극을 좁혀줄 것입니다.
완전 중성 패션은 ‘무난함’이 아니라 ‘선명함’입니다. 모호함이 아니라, 오히려 나다운 명확한 태도를 담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앞으로의 패션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방향일지도 모릅니다.
마치며
10년 뒤, 우리는 옷장을 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여자 옷도, 남자 옷도 아니야. 그냥 내가 입는 옷이야.”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결코 옷에 대한 도전만이 아닙니다. 그건 ‘표현’에 대한 해방이며, ‘자유’에 대한 선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