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할 땐 너무 마음에 들어서 샀지만, 막상 옷장에 넣어두면 손이 잘 안 가는 옷이 있다. 반대로, 별 기대 없이 입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매일같이 손이 가는 옷도 있다. 둘 다 내 취향으로 고른 옷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오늘은 ‘예쁘지만 안 입는 옷’과 ‘자꾸 손이 가는 옷’의 결정적 차이에 대해,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옷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을 세워야 ‘진짜 내 옷’을 찾을 수 있는지도 함께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예쁜데 안 입는 옷”의 공통점: 나보다 옷이 더 주인공일 때
사실 처음에 예쁘다고 느낀 옷은 대부분 ‘사진 속’에서 멋져 보이던 옷이었다. 인스타그램이나 쇼핑몰, 모델이 입은 이미지 속 그 무드에 끌려 구매했지만, 현실 속 내 일상과는 미묘하게 안 맞았다.
이런 옷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입었을 때 활동하기 불편하거나, 늘 조심해야 하는 소재 (실크, 리넨 등 주름/얼룩에 민감한 원단)
과한 디테일이 있어 평범한 날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디자인
코디할 수 있는 아이템이 옷장에 거의 없는 색상이나 핏
결국 이 옷들은 입을 ‘기회’를 만들기 위해 오히려 내가 더 신경 써야 하는 옷이었다. 예쁘지만 자주 안 입는 옷은 대부분 내가 옷에 맞춰줘야 하는 옷들이었고, 그건 꽤 피로한 일이었다.
“자꾸 손이 가는 옷”의 조건: 내 삶에 맞는 현실적인 편안함
반면, 자꾸 손이 가는 옷들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디자인이 심플한데도 핏이 예쁘다거나,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컬러감,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
특히 이런 옷들은 다음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아이템과 쉽게 매치되는 베이직함
세탁이나 관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원단
입었을 때 내 체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핏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옷을 입었을 때 거울 속 내가 ‘꾸미지 않았는데 멋있어 보이는 느낌’을 주었다는 점이다. 누군가 보기 위한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보며 만족하는 감정이 드는 옷. 그게 바로 손이 가는 옷의 진짜 차이다.
이런 옷은 스타일링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바쁜 아침 ‘무조건 입고 나가도 괜찮은’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입게 되고, 점점 더 내 옷장이 나의 리듬을 닮아간다.
결국 중요한 건 나의 ‘기준’을 세우는 일
많은 옷을 거쳐오면서 느낀 건, 예쁜 옷을 고르는 눈보다 ‘나한테 맞는 옷’을 알아보는 기준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 기준은 브랜드나 트렌드에서 오지 않고, 내가 내 일상에서 자주 입은 옷들의 공통점을 하나하나 기록해보는 데서 온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목이 많이 파이지 않은 라운드넥
어깨선이 내려오지 않고 정핏인 티셔츠
허리선이 살짝 잡힌 바지
이런 요소들이 있을 때 훨씬 더 자주 입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쇼핑을 할 때는 예쁜 옷보다도 내가 자주 입는 옷과 통하는 무드를 가진 옷인지 먼저 따져보게 되었다. 이 기준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옷장에 ‘안 입는 예쁜 옷’이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매일의 스타일링도 훨씬 빠르고 가벼워졌다.
예쁜데 안 입는 옷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그 옷이 내 일상 속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결국 옷장 속 풍경만 복잡해질 뿐이다. 반대로, 손이 자주 가는 옷은 내 삶과 함께 숨 쉬는 옷이다. 옷이 나를 꾸며주는 게 아니라, 나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연결점이 된다.
오늘 옷장을 열었을 때, 어떤 옷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가?
그게 바로 지금 내 일상에 필요한 옷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