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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TD는 사라지고, 리얼웨이가 남았다

by 히 루 2025. 6. 2.

OOTD는 사라지고, 리얼웨이가 남았다
OOTD는 사라지고, 리얼웨이가 남았다


진짜 입는 옷의 시대

 

셀카 속 OOTD는 왜 멈췄을까?

한때 인스타그램 피드는 매일 아침 “#OOTD”로 시작되곤 했다.
‘Outfit Of The Day’라는 이름 아래,
오늘의 패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이 행위는
개인의 스타일을 표현하고 동시에 온라인 아이덴티티를 완성하는 도구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OOTD 게시물은 줄어들고,
대신 ‘오늘 입은 옷이 아닌, 평소 자주 입는 옷’에 대한 이야기들이 부상하고 있다.
예전처럼 “예쁘게 차려입은 날만 올리는 OOTD”가 아니라,
출근하는 날, 카페 가는 날, 편의점 가는 날처럼 진짜 삶과 연결된 옷차림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MZ세대는 SNS에 ‘연출된 이미지’를 피로해하고 있다.
화려한 필터, 명품백, 정제된 룩북 스타일의 게시물보다는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솔직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래서 오히려 빨래 건조대 옆에서 찍은 일상복 사진,
지하철에서 찍힌 무심한 스타일링이 더 공감과 호응을 얻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이제 사람들은 ‘잘 입었다’는 평가보다는
“나도 저렇게 입을 수 있겠다”는 가능성에 더 반응한다.
OOTD가 전시의 수단이었다면,
리얼웨이는 공감과 생활밀착형 패션의 언어가 된 것이다.

 

스타일링보다 ‘사용감’: 진짜 입는 옷의 디테일

“예쁘긴 한데, 자주 입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많은 옷장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이 말은,
스타일과 사용성 사이의 간극을 잘 보여준다.

요즘 MZ세대는 구매를 할 때,
‘이 옷이 인스타에 잘 나올까?’보다는
‘매주 손이 갈 만큼 편하고 나답게 느껴질까?’를 먼저 고려한다.
이러한 경향은 ‘사용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용감이 좋은 옷이란 다음과 같다:

다양한 코디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색감과 핏

오래 입어도 변형 없이 유지되는 소재

착용자의 몸에 맞게 자연스레 길들여지는 실루엣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미묘한 디테일

즉, 스타일링이 잘 된 옷이 아니라 ‘잘 사용된 옷’이 더욱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리얼웨이 룩에는 다림질되지 않은 셔츠,
살짝 물 빠진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찍힌 사진들이 더 많다.
이는 단지 ‘꾸안꾸’를 넘어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은 패션 기록에 가깝다.

이런 흐름은 브랜드의 콘텐츠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떠오르는 로컬 브랜드들은 룩북 대신
직원, 친구, 고객이 실제로 입은 모습들을
사진이나 릴스 형식으로 담아낸다.
촬영 장소도 화보 스튜디오가 아닌
집 앞, 지하철, 회사 계단, 학교 복도 등
진짜 삶이 있는 장소다.

결국 지금의 패션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잘 입지 말고, 자주 입자.”

 

리얼웨이 콘텐츠가 말하는 새로운 멋의 기준

과거 패션 콘텐츠는 트렌드를 제시하고 따라오도록 요구했다면,
요즘은 오히려 개인의 ‘기록’에 가까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에서
이런 흐름은 명확하게 보인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콘텐츠가 반응을 얻고 있다:

“한 달간 출근룩 기록”

“이번 주 동안 가장 자주 입은 아이템 5가지”

“퇴근 후 마트 갈 때 입는 옷 리뷰”

“하루 3코디: 집, 회사, 친구 만나기”

이런 콘텐츠의 공통점은 ‘과장 없음’이다.
당장 입고 있는 옷, 지금 거울 앞에 서 있는 그 모습이 콘텐츠가 된다.
이는 단지 패션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삶의 방식, 리듬, 취향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특히 자주 등장하는 브랜드들도 달라졌다.
트렌디하거나 고가 브랜드보다
핏이 안정적이고, 질감이 좋은 데일리웨어 브랜드가 중심에 선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브랜드들이다:

[무신사 스탠다드] –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과 가격 경쟁력

[아더에러] – 과하지 않은 유니크함

[에이카화이트] – 일상에 잘 녹아드는 감성 중심의 컬러

[코스] – 미니멀하면서도 실용적인 구조적 디자인

[빈티지 셀렉트샵] – 나만 알고 싶은 개성 있는 아이템

이 브랜드들의 인기는 단순히 ‘디자인이 예쁘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어울린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진짜 입는 옷’이란,
내 일상에 적합하고, 나의 감정과 리듬을 반영하는 옷이다.
한때는 패션이 유행을 따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자기 삶의 움직임을 어떻게 옷으로 번역할 것인가가 패션의 중심이다.

 

마무리: 패션은 ‘사는 법’을 보여주는 것이다

OOTD는 한때 멋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한 기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누구도 매일 화보 같은 옷을 입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는 매일 옷을 입는다.
그래서 요즘의 패션은,

“예쁜 옷을 보여주는 시대”에서
“진짜로 입고 싶은 옷, 내가 진짜로 입은 옷을 공유하는 시대”로 이동 중이다.

리얼웨이 패션은 우리의 하루를 보여준다.
오늘 날씨, 오늘 기분, 오늘의 일정에 맞춰
자연스럽게 선택한 옷.
그런 옷이 쌓이고 쌓여,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기록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멋진 ‘요즘의 멋’이다.